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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과 함께 배우는 생산과 소비 이야기

룬로그 2025. 6. 12. 23:54

아이의 공책에는 항상 갖고 싶은 물건들이 가득 적혀있습니다. 자세히 쳐다보니, 한 페이지는 생일 선물 리스트, 다음 페이지는 크리스마스 선물 리스트, 그다음 페이지는 아빠한테 칭찬 쿠폰 모아서 살 도서 리스트였습니다.
"갖고 싶은 물건이 계속 생겨? 이러다가 30번까지 채우겠어."
제가 공책을 보면서 아이에게 물었더니, 아이는 일 년에 3번만 선물을 사주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르는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결핍이 없는 시대에 태어난 아이에게 건강한 소비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7살부터 공식적으로 선물을 사주는 날은 일 년에 3번으로 선언했습니다.
 
주말 오후, 저는 아이와 서점을 같이 갔다가 소비에 대한 개념은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생산에 대해서도 잘 아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여기에는 왜 이렇게 많은 책을 팔고 있는 걸까?”
 
아이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역시나 생산이라는 단어는 낯설어했습니다. 생산은 소비와 더불어 경제의 기본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생산과 소비 개념에 관해서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합니다.


1. ‘생산’은 무엇일까?

생산이란 눈에 보이는 재료와 보이지 않는 재료를 모아 새로운 물건이나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을 말합니다. 눈에 보이는 재료에는 유리, 플라스틱, 나무, 밀가루 등이 있고, 보이지 않는 재료로는 지식이나 정보 같은 것도 포함됩니다. 경제에서는 생산을 위해 꼭 필요한 세 가지 기본 요소를 ‘토지’, ‘노동’, ‘자본’이라고 부릅니다. 이 세 가지가 모여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냅니다.

일반적으로 생산이라고 하면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만 떠올리지만, 서비스도 생산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치킨집에서 치킨을 튀기거나,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는 일, 환경미화원이 우리 동네를 청소하는 일도 모두 생산입니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물건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물건을 만드는 데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옷을 만들 때, 먼저 농부가 옷을 만드는 데 필요한 면을 심고 수확합니다. 그다음 옷 디자이너가 색과 모양을 생각해 냅니다. 옷을 만드는 기계를 파는 사람도 있고, 완성된 옷을 가게로 배달해 주는 택배 기사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옷을 소비자에게 파는 가게 주인도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함께 연결되어야 하나의 옷이 만들어집니다.
이처럼 생산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자원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과정입니다. 생산이 잘 이루어져야 우리 생활에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가 풍부해지고, 모두가 편리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생산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경제를 배우는 첫걸음이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잘 알게 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2. ‘소비’는 물건에만 한정될까?

소비는 지금 반드시 어떤 물건이 있어야 하는 이유나 어떤 물건을 가고 싶은 마음을 충족하기 위해 돈, 시간이나 체력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래 돈을 얻기 위해서 쓰는 투자와 반대 개념입니다. 즉, 편리함이나 즐거움을 위해서 생산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일을 지칭합니다. 장난감이나 피자를 사 먹는 것도 소비고, 닌텐도 게임을 하는 것도 소비이고, 수영하는 것도 소비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이러한 소비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소비에 대해 올바르게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나아가 소비와 관련된 경제 개념 중 하나인 ‘소비자의 선택 이론’도 아이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돈이나 시간, 체력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없으며, 반드시 선택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부를 끝내고 자유 시간이 있을 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가장 만족스러울지 고민해야 하며, 물건을 살 때도 내가 가진 용돈 안에서 가장 잘 쓰고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합다. 이렇게 선택을 신중히 하는 태도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량입니다.

또한, 소비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지금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이라서 소비할 때도 있고, 단지 갖고 싶은 물건이라서 소비할 때도 있습니다. 경제에서는 이것을 ‘필요’와 ‘욕구’라고 표현합니다. 공부하기 위해서 사는 연필은 필요에 의한 소비이고, 집에 연필이 있는데도 멋진 연필이 갖고 싶어서 사는 건 욕구에 의한 소비입니다.

 

3. ‘보이지 않는 손'이란?

스코틀랜드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는 아무것도 간섭하지 않는 자유로운 시장이 자기 이익만 생각하며 행동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생산과 소비의 관계를 설명할 때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어요.

 

어려운 말 같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과수원 주인은 돈을 벌기 위해 맛있는 사과 나무를 키우고 사과를 수확합니다. 엄마는 아이가 좋아하는 사과를 주기 위해 인터넷으로 맛있는 사과를 찾아서 주문하고 돈을 냅니다. 과수원 주인은 돈을 벌고, 엄마는 아이가 맛있게 사과먹는 모습을 보며 행복을 느낍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고 한 건 아닙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된 것입니다.

이런 모습이 바로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입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시장이 알아서 굴러가는 모습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를 조절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은 이 개념을 통해서 모두가 협력하지 않아도 각자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공급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경제를 이해하고 미래에 현명한 소비자와 생산자가 되도록 돕는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생산과 소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들어내는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각자가 세상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 속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이 깨달음은 앞으로 더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